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꿈을 꾸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삶을 산다. 그러나 그 꿈을 영원히 꿈으로만 간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계획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1남 2녀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가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잠시 접어두었던 꿈을 30년 만에 다시 펼쳤다. 경북 봉화에서 2017년 8월부터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꿈꾸는 농부학교 정해길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농부이자 생태건축가로서 그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실제로 귀농을 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본다.

 생태건축가란 생태학의 관점에서 환경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천연 자재를 활용하여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여 운영하는 사람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생태건축은 건강한 주거생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에 사는 마음 좋은 아저씨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꿈꾸는 농부학교 팀장 정해길(귀농 전 거주지 대전, 조선소 근무)

 

#귀농의 꿈을 실현하다

2017년 8월 초였다.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고 싶어 무작정 휴가를 쓰고 경상북도 봉화로 운전대를 잡았다. 봉화를 목적지로 택한 이유는 단순히 텔레비전에서 본 예쁜 시골모습이 오랜 잔상으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여행 첫 코스로 봉화 축서사를 가려다 길을 잃어 헤매던 중에 만난 할머니를 길에서 태우고 봉화군 물야면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지금의 파트너인 (이)광범이를 만나게 됐다.

정확한 귀농날짜는 2017년 8월 24일. 귀농 1일차부터 6개월 남짓한 시간동안은 사과밭에서 사과나무 도장지를 치고 약주는 것, 풀 베는 것을 도왔고, 틈틈이 귀농 지원 정책과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주말에는 토라진 아내의 마음을 설득하기 위해 대전과 봉화를 오가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아내와 함께 즐거운 농촌에서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귀농을 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을 한 것은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하면서부터 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함께 시골에서 살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과거에 품어왔던 꿈이 이제야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보다는 기대감으로 벅찼다. 풀과 약초, 나물을 좋아하고 시골 먹거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아내는 농촌의 가치를 알고 귀농생활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집 뒷산 산나물이 많은 자연식 농촌마트에서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나는 과거에 배워둔 용접, 페인트, 미장, 조립식 주택 짓기, 보일러 설치하기 등의 손기술로 필요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우리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감사를 배우는 중이다.

 

#생태건축가로 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의‧식‧주라는 문제일 것이다. 귀농해서는 아내가 전폭적으로 ‘식’문제를 해결해주고 있고, ‘주’는 내가 솔선수범해 성취해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빈집수리를 통해 새롭게 얻게 된 보금자리다. 면사무소에서 빈집수리 지원금을 받아서 셀프 시공을 진행했다. 보일러도 수리하고 마루도 넓히고, 난방도 설치하고, 조그만 방문을 뜯고 벽을 헐어 현대식 문으로 바꾸었다. 삐뚤빼뚤한 벽은 가배를 치고 석고보드로 반듯하게 잡아 도배를 하고, 시골마루의 느낌을 살렸더니 멋스러운 전통식 새집 같았다. 우리의 고된 몸을 시원하게 풀어줄 구둘방은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을 만큼 우리 집의 보물이다. 저녁에 불을 지피면 아침까지 방이 따끈따끈하니 너무 좋다. 추운 겨울엔 ‘우리 동네에 맥가이버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골 어르신들이 앞 다투어 요청한 보일러 A/S를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봄이 오는 소리에 발맞춰, 이제는 조금 쉴 수 있으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사과 택배 창고가 문제였다. 그래서 집 마당에 창고를 만들었다. 이제 창고나 집짓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꿈꾸는 농부학교 게스트하우스를 짓다

 
 

귀농이후 많은 집과 창고를 짓고, 도움이 필요한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우리의 지역 공동체를 조금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꿈꾸는 농부학교 게스트하우스 설립’이었다.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4월이 되어서야 마무리 됐다. 이 공간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꿈을 심어주는 장소가 될 것이다. 지금도 완공이 되었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마을 공동체를 꿈꾸다.

 

귀농 6개월 차인 2018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육체적인 고단함은 따르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하고 행복하다. 특히 손기술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을 도왔던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조금씩 농촌에 익숙해지고 있다.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늘 시간에 쫓겨 촉박하게 살았던 도시에서의 삶과는 달리 마음의 여유가 있다. 고된 일과가 끝난 뒤 기지개를 펴고 바라보는 파란 하늘, 그 사이로 겹겹이 고개를 든 푸른 나무들, 다리 밑에서 자라는 무수한 산나물과 지저귀는 새소리, 땀을 식혀줄 만큼 신선하게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이 융합되면, 고단함이 사라지고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런 기쁨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귀농 생활을 권하고 싶다.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이라면 더 없이 좋겠다.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 광범이를 만나 꿈을 이뤘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 이왕이면 ‘마음씨 좋은 농부이자 생태건축가’라는 별명을 갖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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