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닭사랑모임 카페 대전·충남지부모임 참관기-

 

▲ 전국에서 모인 닭사랑 카페 회원들의 정겨운 모습

닭 관련 카페 중 전국 최다인 1만 5천 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전국닭사랑모임” 카페의 대전·충남지부모임이 충남 예산에서 있었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자연방사 유정란을 상상하며 닭에 관심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도 닭 사육에 관심이 많아 모임에 동행 취재하기로 하였다.
11시 모임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벌써 도착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의 명찰에는 성도 없고 이름도 없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만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눌 때도 ‘유구놀부입니다.’, ‘반갑네요. 울산 로즈입니다’와 같이 아이디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접해보는 어색한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여기에 모이신 분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인사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가정사의 세세한 것까지도 담소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친해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확인을 해보니 카페에서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정사까지 잘 알고 있고, 처음 보지만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모임에서 특이한 것은 부부나 가족 동반이 유독 많았다. 닭이라는 동물은 혼자만 좋아서 키우기에는 시끄럽고 냄새가 많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의 이해가 없으면 혼자서 멀리 떨어져 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카페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이나 부부가 같이 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임에 오시는 분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린 시절 마을 잔치 집에 올 때 필요한 물건을 하나 둘 가지고 오듯이 참석하시는 분들마다 다양한 물품들을 가지고 오거나 찬조금을 낸다. 여러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아쉬움에 찬조 물품을 보내 왔다. 우리 선조들이 잔칫날 집안의 곡식으로 나눔을 하고, 일도 품앗이로 하던 모습이 연상되는 정겨운 모습이다.
여느 모임과는 달리 참석자끼리 인사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일손을 분담하였다. 음식 차리기에, 식장 준비에, 공동구매 물품 정리에, 협찬품 정리에, 접수에 누가 특별히 지시하지 않는 것 같은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기들의 역할을 찾아서 하였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70-80세대이니 알아서 일을 척척할 연륜이라고 하지만 여느 모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좌석이 정해지고 음식이 나오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터트린다. 닭 매니아답게 이야기의 주제는 닭 사육에 대한 노하우였다.

 

‘나는 곡물 사료 한 부대를 통째로 부어 준다. 일주일씩 비울 때는 사료에 물을 부어 불려서 주면 물까지 해결된다.(관상조류닭)’
닭 모이통을 쪼아서 먹게 좁게 만들었더니 유실되는 것이 없어 깨끗이 먹더라.(조산어천)‘
‘조·기장 먹이면 계란껍질이 두꺼워져 운반시 안정적이라 상품성이 높아진다.(관상조류닭)’
‘쩍벌이(부화 후 서지 못하고 다리가 펴진 병아리)는 부화 날짜가 지나면 발생하더라 다리 묶어 주면 되더라.’, ‘부화 중 하루 정도 전기 나가도 부화에는 아무 지장이 없더라.’, ‘잔반 먹이면 몸무게에는 좋으나 염분 때문에 털이 빠지는 문제가 생긴다.’ 등 자기들이 경험한 소중한 노하우를 끊임없이 쏟아내느라 차려진 음식이 머쓱할 정도였다.
 

또 하나의 주제는 카페 활동하는 나름의 명분이었다.
‘나는 사냥을 좋아하는데 닭들은 산란시켜 나눔 하는 재미로 하지요. 이번에도 백한과 하얀 꿩 알을 동네에 다 나눠줬지요. 부화기 사다가 부화기 만들고 그러다 보니 부화병 걸려서 부화기 없앴다 다시 사고 벌써 몇 번씩 반복하고 있다.(장군 천안)‘
‘나는 노가다 하는데 이쁜 닭만 보면 필이 꽂혀 전국 다 다니지. 이번에 봉닭 구해서 너무 좋아. 강재(강원도 재래닭) 필요하면 연락혀 한 열 마리 줄께.(오도산진인 대구)’
‘장사꾼 소리 듣기 싫어서 안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종란 구하는 사람들 위해 많이 (종란분양 게시판)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조산어천 천안)’
‘우리 카페는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하는 곳이지요. 초등학생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다 계시죠. 근께 말조심들 해야혀유.(유구놀부)’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카페 활성화 방안까지도 이야기 할 정도로 닭 사랑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 시간에는 또다시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데 이미 여러 차례 모임에서 만나서 서로 친하신 분들도 계시고, 아이디를 보고 서로 읽은 글을 상기하면서 친교를 맺는 사람들도 있었다.
 
닭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개인에 대한 소개보다 닭에 대한 정보 나눔으로 쉽게 친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휴식시간 한 쪽에서는 공동구매한 사료와 모이통을 분배하고 있었다. 시중에서 1만 3천원에서 5천 원 하는 사료를 1만 5백 원에 구매를 하니 참가 경비를 해결하는 지혜를 엿 볼 수 있었다. 이때도 미처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이 사료의 질이 좋다고 좀 구하고자 하면 많이 신청한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쉬 내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웃간에 필요한 것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카페가 새로운 소통과 삶의 방식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휴식 후 협찬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경매하거나 추첨하여 선물로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은 기자가 아는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진행이 이루어 졌다. 10명의 식구가 모두 참석했다고, 가장 멀리서 왔다고, 나이가 많다고, 손을 늦게 들었다고, 나이가 어리다고, 게임에 졌다고 등등 다양한 말도 안 되는(?) 경품 추첨이 이루어 졌다. 경매는 더 상식을 벗어났다. 호가가 낮은데도, 다른 사람과 같은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사회자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낙찰시켰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명절 날 가족끼리 모여서 선물 나눔을 하는 것 같았다. 아쉬운 것은 협찬한 물건 몇 개가 사전에 어느 유력자(?)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유쾌한 나눔이 끝나고 아이디가 대빵(서산)인 회원이 ‘마누라 때리지 마’라는 즉흥 노래로 마무리를 했다.

 
공식적인 모든 행사가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모이는 데 행사 중 자리가 떨어져 있어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눈 사람들과의 인사와 이별의 아쉬움에 나누는 인사로 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촬영 후 또 못내 아쉬워 서로 손을 잡거나 부둥켜 안고 또 정담을 나눈 후 못내 아쉬운 손짓으로 모임을 마무리 했다. 명절 후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 못내 아쉬워 하는 이별 장면 같은 것을 보면서 서로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없는 카페 활동을 통한 대화와 모임을 통해 ‘노후의 외로움이라는 말은 기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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