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맛까지 사로잡은 백승현 대표가 말하는 귀농 정착기-

수도산(1.317m), 단지봉(1,327m), 남산(1,113), 두리봉(1,133m), 가야산(1,433)이 병풍처럼 감싸고, 경북의 알프스라는 무흘 계곡의 절대 청정수가 마을 앞을 유유히 흐르는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금곡리에 2001년 귀농하여 명품 산머루 와인 ‘크라테’를 개발하여 청와대 만찬주로 납품하고 있는 백승현 씨를(수도산산머루농원 대표, 귀농 13년차) 만나 귀농 정착 이야기를 나누었다.

   
▲ 농장에서 산머루 가지치기를 하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수도산산머루농원 대표 백승현씨

[대담 : 김동춘 기자]

김동춘 기자(이하 기자) :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 어떻게 귀농하게 되었습니까?

백승현 수도산 산머루 농원 대표(이하 백 대표) :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산머루로 와인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산머루 재배적지를 찾아 전국을 뒤지던 중 야생 산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을 보고 2001년 이곳으로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산머루만 보고 귀농했는데 와서 보니 기자님 보시는 것 같이 천 미터가 훌쩍 넘는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앞에는 무흘 계곡의 있어 천혜의 청정지역을 그저 얻어 더 없이 좋습니다. 허 허~

기자 : 처음부터 산머루 와인을 개발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귀농을 하신 거네요.

백대표 : 그렇죠! 와인을 이해하기 위해 서울의 유명 와인 바를 다 섭렵하여 자격증은 없지만 소믈리에 수준은 되었죠.

기자 : 그런데 왜 산머루로 와인을 만드실 생각을 하셨죠.

백대표 :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외국산 와인이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와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산 포도로 그들과 맞서면 그들의 입맛을 따라 가기에 급급할거라 생각을 해 우리나라 고유의 와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때 어릴 때 산에 올라가 따먹던 산머루가 떠올라 연구를 하기 시작했지요.

기자 : 아! 사전에 미리 계획을 하시고 그에 따른 준비까지 하시고 귀농하셨으니 정착하는데는 무리가 없었겠네요.

백대표 : (손사래를 치면서) 무슨 말씀을요. 처음 800평에 산머루 식재를 하였는데 알려진 재배 기술이 제대로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겼었지요.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산들이 매일매일 나타납니다. 이 이야기 하면 밤샙니다.

기자 : 그렇게 사전에 준비를 했는데도 어려움이 많았군요. 조금 전 첫 번째 어려움이라고 하셨던 재배 기술 부족은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백대표 : 산머루의 청정한 이미지를 살리려면 우선 재배에서부터 청정해야 된다는 생각에 친환경 농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깊은 산 속의 부엽토와 소 거름을 발효시킨 천연 퇴비로 토질을 향상시켰고, 수도산 청정 계곡물에 남해안의 굴 껍질과 유박(식물영양제)을 섞어 만든 퇴비로 시비하여 단백질과 무기염류를 공급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가장 맛있고 고기능성의 산머루를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 2012년 7월에 백승현(44세), 이석순(39세) 부부가 산머루를 수확하는 모습

기자 : 하지만 친환경농법으로만 하시면 병충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백대표 : 그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병충해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건장한 산머루 나무를 만들기 위해 한방영양제와 생선아미노산, 각종 녹즙을 만들어 시비하였고요. 병충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마늘 숙성액, 목초 숙성액, 유인 살충주, 은행나무잎 심지어 담배 니코틴액까지 친환경 살충제를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그래도 관행농업의 화학비료만큼 생산량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기자 : 사업을 확대 하실려면 산머루 생산이 많아야 되지 않나요.

백대표 : 예, 지금 3천평 정도에서 나오는 량으로는 1년에 750㎖ 병으로 1,500병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최소한 만병은 생산해야 수출이 가능한데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의뢰가 와도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친환경 농법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백승현의 ‘크라테(수도산 산머루 와인 상표명)’가 아니죠. 재배 면적을 확대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기자 : 지금은 산머루 와인을 직접 생산하시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백대표 :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주류 면허를 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맛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 주류 면허가 어려운 건가요.

백대표 : 일단 법인이 아닌 개인이 낸다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작성하는 서류만 해도 엄청난데다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웠습니다. 어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죠.

기자 : 어떻게 주류 제조 허가를 받았습니까?

백대표 : 허가를 받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없어 힘들어 하던 중 친환경농업 연수에서 우연히 농업진흥청에서 이런 부분을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연락을 해 정석태 박사님을 소개받아 전문적인 부분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어렵게 면허를 받아 이제 도사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관심있는 후배 귀농인들에게 면허 절차나 과정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기자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노력하신 보람이 있었네요.

백대표 : 그런가요! 하하~~

   
▲ 자신에 찬 모습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백승현씨

기자 : 그럼 맛을 내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백대표 : 그것은 결론이 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쭈욱 연구를 해야 할 분야지요. 지금까지는 발효시킬 때 우리의 와인이라는 명분에 항아리에 숙성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코엑스에서 만난 바이어들이 ‘맛은 세계 어느 와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데 오크통에서 숙성하지 않은 것은 와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외국에서 와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오크통(와인을 숙성시키는 참나무로 만든 통)에다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글로벌시대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미국에서 오크통을 수입하였습니다. 생산기술은 선진화하면서 원료인 산머루는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겁니다.
※ 기자 주 : 수도산산머루농원에서는 최근 본격적인 크라테 빈티지와인 생산을 위해 와인 숙성용 오크통을 수입하여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산머루 체험장과 시음장, 와인바와 와인저장고를 신축하여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자 : 지금 생산하는 와인 종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가 술을 전혀 하지 않아 문외한입니다.

백대표 : 아 술 전혀 안하세요. 와인은 크게 드라이, 미디엄 드라이, 스위트 세 종류로 나뉘는데 기자님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드라이는 다른 것을 전혀 섞지 않은 것이고 스위트는 약간 당을 보정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우리는 드라이와 스위트 두 가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산머루 자연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드라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기자 : 잘 팔립니까. 소득은 어느 정도 되세요?

백대표 : 소득은 연 7-8천만원 정도인데 고정 납품처가 없어 들쭉날쭉 이지요. 아직 사업 초기인지라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어 판로가 아직은 어려움이 있어요. 사이트(www.sdsmeru.com), 카페(cafe.daum.net/wildgrapes), 블로그(http://blog.daum.net/hyen1518/26)를 만들어 홍보를 하고 있지만 농사지으며 와인 만들기에도 일손이 모자라 제대로 글을 올리지도 못합니다. 이번에 천만원 주고 사이트 개편했는데 나아질는지 모르겠네요.

기자 : 아니 청와대 공식 만찬주가 이런 어려움이 있다니요. 믿어지지 않네요. 엄살이시죠.

백대표 : 지금은 생산량이 1,500병 정도의 소량이어서 판매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크라테’라는 고유의 와인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기자 : 이렇게 명성을 얻었으니 지자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지 않나요.

백대표 : 관심과 지원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 이곳이 워낙 산골이라 찾아오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아직도 변변한 안내지도 하나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혼자 만들어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해 주겠죠. 허 허~

기자 : 소득이 7-8천만원 되신다니 생활에는 문제가 없으시겠네요.

백대표 : 지금은 그렇지요. 하지만 초기에는 조금의 소득이 생기면 모두 와인 생산을 위해 재투자를 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감자, 오미자, 뚱딴지, 고로쇠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여 생활에 보탰습니다.

기자 : 그런데 아이들과 사모님은 안보이시네요.

백대표 : 집사람은 지금 김천에 나가 살고 있습니다. 농사철에만 와서 도우고요.

기자 : 왜 같이 사시죠.

백대표 : 그러고야 싶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산골에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교육 시설이 너무 부족합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의 귀농을 장려하려면 나라에서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러기 아빠로 산다는 것이 젊은 사람들에게 귀농을 주저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빨리 해결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기자 : 이 마을에는 귀농하시는 분들은 안계시나요.

백대표 : 요즈음 많이들 들어오시지요. 요 옆에는 지난 해 30대 젊은 사람 두 집도 들어 왔어요.

기자 : 그 분들은 잘 정착하고 계신가요.

백대표 : 들어오시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뭐 할거냐고 물어보면 산야초라고 막연하게 대답하고, 어디다 농사지을 거냐고 물으면 땅 좀 얻어 달라고만 합니다. 도시에서 안되니 농사나 짓자고 왔다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도와주고 싶어도 열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1-2년 있다가 훌쩍 떠나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갑자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안타까운 듯 말을 잇지 못한다.)

기자 : 귀농하시려는 분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백대표 : 네, 귀농하려면 최소한 농사의 기본 지식은 가져야 합니다. 귀농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도 받아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그에 필요한 땅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정도는 가져야 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준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 바쁜 와중에도 지역을 위한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십니까?

백대표 : 귀농인들은 지역민들과의 동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산머루 작목반을 만들어 함께 소득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열리는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에 총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곳 분들은 홍보나 마케팅 같은 것이 약해 그런 일들을 도와 주고 있습니다. 이젠 이곳이 내가 살 곳이니 당연히 동네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해야지요. 기자님도 이번 3월 9일날 고로쇠 축제에 오세요. 정말 고로쇠 수액 맛이 좋습니다. 건강에는 최곱니다!

   
▲ 인터뷰 중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눈시울을 붉히는 백승현씨

기자 :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백대표 :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소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가족이 함께 오순도순 사는 것이고요.(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백승현씨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 간다.)

기자 : 네. 그리고 다른 꿈은요.(기자도 백대표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시려왔다.)

백대표 :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와 미국에 우리 ‘크라테’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이미 맛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산머루 재배 면적을 늘리고 생산 시설을 선진화한다면 그렇게 허황된 꿈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님 그때 한번 놀러 오세요. 조만간 연락할 겁니다. 하하~~

기자 : 농장에서 산머루 전지 작업하던 것을 중단하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백대표 : 여기는 여름에 너무 좋아요. 7-8월에 산머루 딸 때쯤 가족들과 함께 오세요. 이 기사 보시는 모든 사람들 이번 여름에 ‘증산면 금곡리’ 꼭 한번 오셔서 산머루 와인도 한잔 하시고 청청지역의 시원한 계곡물에 더위도 날려 보세요. 한국에 이런 곳이 아직 있다는 것에 놀라실 거고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 갈 겁니다. 하하~~

기자 : 여름에 꼭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저작권자 © 농어업경제귀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