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과 강이 어우려져 물이 풍부하여 물걱정 없는 나라였다. 아무 고을에서나 다른 물맛을 느끼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의 관리가 엄격하게 통제를 받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하수 개발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물을 마트에서 사먹고 있는 실정이다. 파는 물의 종류만 하더라도 가지 수가 많아 암반수, 해저 심층수 등 다양한 물맛을 느끼게 한다.

조선시대 많은 문헌에 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물에 관한 내용으로 33가지의 물을 나누어,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고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정조지'에는 11가지의 물을 이야기 한다.

초의선사가 쓴 동다송에 품천(稟泉)항이 있는데 좋은 샘물의 조건으로 8가지를 내세운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오대산 서대에 솟아나는 샘물이 있는데 한수의 근원이다'고 말하고 물의 빛깔과 맛이 다른 물보다 좋다며 우통수(于筒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강을 이루는 다른 가지의 샛강들이 모여 거대한 한수를 이루지만 한강의 우통수 물이 복판에 흘러 그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한중수(漢中水) 또는 강심수(江心水)라 하여 물을 길러 파는 조선시대의 사람들의 수입원이 되기도 하였다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저술에 참여했던 이행은 우통수와 함께 속리산 삼파수, 충주 달래강물을 조선제일의 명수로 꼽았다.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부락을 만들어 살면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우물이나 샘물이다. 변하지 않는 깨끗한 강물의 강심수와 더불어 가뭄이 들거나 홍수에도 변하지 않는 우물물을 최고로 삼았던 것이다.

도시화되어 버린 사람들의 삶에서 잊혀지고 보존되지 않는 것 중에 예전의 샘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국의 많은 약수터들은 물이 마르거나 그 맛을 잃고 또 음용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물맛을 찾아 여행을 하던 조선 선비들의 발걸음처럼 여행객을 기대할 수 없다.

선조들의 물과 자연에 대한 혜안은 오늘날 외국물과 서구 음료수가 홍수를 이루게 된 현실에 크게 경종을 울려준다.

사람들은 입맛은 자극적인 것에 길들려지고 맵고 짠 음식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요즘은 물이 가지는 효능과 물이 곧 약이라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외침을 무겁게 들어야 할 지경이다. 뭐니해도 물맛이 최고다라는 말처럼 물은 곧 약이된다는 생각은 전국 곳곳에 약수를 찾아내고 온탕을 찾아내어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한 예가 많다.

'식성본초'라는 의학서적에서 장중경은 물은 경락에 들어가야 피가 생기고, 곡식이 위에 들어가야 체내의 흐름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새벽에 처음 길어 온 물이 정화수라고 한다. 우물물은 먼 지맥으로부터 온 것이 좋다고 한다. 근처의 강이나 하천에서 흘러 온 것은 좋지 않다고 하였는데 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의 우물물은 신맛이 난다고 하였다. 신맛이 나는 물에는 차를 끓이거나 술을 빚거나 두부를 만드는 것을 꺼린다고 하였다.

땅속의 수맥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스스로 지층을 거치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광물질을 함유하고 지표면을 뚫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샘을 이룬다. 사실 샘물은 지표로부터 지하 30-40cm의 지층을 거치지 않으면 증류수와 다름없는 맹물이 된다고 한다. 물에 녹아 있는 다양한 미네랄과 광물질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이온이 녹아 있어 부족한 광물질의 보충에 탁월하다.

지금은 정제되어 물맛을 잃은 물을 파는 세상이지만 예전의 사람들은 자연에서 솟아나는 다양한 물을 통해 건강을 지키며 살았던 것이다.

무분별한 자연의 훼손과 개발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의 맛과 물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약들은 멀리하게 하였고 화학성분이 함유된 독극물이나 농약들은 지표층에 흐르는 물을 오염시켜 마실 수 없는 물로 만들었다.

잠시 안락함과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잃고 있는 것에는 고을마다, 집집마다 약처럼 늘 마실 수 있던 우물과 샘물들을 잃게 하였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과 이치를 온전하게 지켜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잃어버린 샘물들이 다시 우리 주변에 돌아 올 수 있도록 화학제품의 남용과 오염을 없애고 제초제나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농법들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우리에게 맛있는 물이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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