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농부가 되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대답하던 사람이 있었다.

 2010년부터 농부가 되고 싶다던 남편의 꿈은 나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그 후 5년이 지나 남편에게 안면마비가 찾아오면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는 자식 교육과 서울에서의 일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아들과 서울에 머물고, 2016년 남편과 시부모님만 경북봉화로 귀농·귀촌을 하셨다. 남편의 귀농생활과 나의 도심에서의 생활은 이분법처럼 나뉘게 된 것이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강의와 사무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봉화로 가서 농부의 아내이자 남편사업 보조 역할을 감당해내는 삶을 살았다. 봉화와 서울을 오가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는 처음부터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부담스럽고 낯설던 봉화행은 어느새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나만의 드라이브 코스가 됐고,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도시살이의 지친 삶을 토로하는 지인들을 모시면서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즐거운 네트워킹을 하는 순간이 삶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도시와 농촌 생활권이 분리된 가족 공동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2017년도에 본격적으로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이후 2년간 기존 교육학 전공을 기반으로 새롭게 기술창업을 공부하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면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와 먹거리를 찾는데 주력했다. 노력의 결과로, 2018년 사회적기업 육성 창업팀으로 '도시와 농촌을 교류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라는 슬로건 아래 ㈜디에프에스(꿈꾸는 농부학교의 영어약자 기업명)가 7월 5일 날짜로 설립됐다.

 봉화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다양한 과정들을 거쳤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정부나 지자체 귀농귀촌 교육 이후, 현실적 정착에 도움이 되는 컨설팅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나의 역량과 농촌을 연결지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주변 마을 사람들의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블루존 농촌유망 직업카드>를 개발하게 했고,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블루존 농촌 유망카드는 새로운 농촌 관련 유망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 정보 제공형 카드다.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을 표현한 그림과 직업명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를 선택한 뒤, 개인별 관심 있는 농촌 분야(문화 예술, 1차 농산업, 6차 산업, 농촌 삶의 질, 농촌 생활 지원 서비스. ICT 융복합, 환경 에너지)를 살펴보고, 개인별 적성에 맞는 일을 탐색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탐색하는 사람들, 불안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며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다양한 연령대와 마주했다. 지인들의 귀농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제는 농촌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의 사행 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블루존 농촌 유망카드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설계한 프로그램이기에 기존의 컨설팅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

 지금 나의 관심사는 봉화에서의 삶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고민, 정성을 들여 만든 <블루존 농촌 유망 직업카드>를 통해 자신의 경력과 장점을 살려서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분법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천천히 걷기를 좋아하는 남편과는 다르게, 도시에서의 삶처럼 빠른 템포를 지향했던 나의 삶이 변해가고 있다. 농촌과 자연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소망이 있다면, 농업기술이 융합된 실전 공동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농장의 사례가 많아지고, 땀과 수익을 나누며 서로 배려하는 삶을 살고 싶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속담처럼,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을 더욱 경험하고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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