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사육은 한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기르는 특성상 싸움이나 꼬리 물기 등으로 집단 전체의 동물복지 수준과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동물과 식물의 사회성 모델 연구가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이를 돼지에 적용했다.

농촌진흥청은 통계학적 유전모델을 이용해 돼지들이 동료의 성장에 도움이나 피해를 주는 정도를 평가하고 점수화했다.

그리고 사회성이 좋은 씨돼지와 나쁜 씨돼지의 후손을 각각 35마리씩 선발한 뒤 10집단으로 나눠, 체중이 30kg에서 90kg이 될 때까지 두 달 간 4회~5회(1회 8시간씩) 공격 횟수·시간을 관찰하며 성장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회성이 나쁜 돼지 집단은 새로운 동료를 만났을 때 공격하는 빈도가 1일 평균 3.7회에 이른 반면, 사회성이 좋은 돼지 집단은 평균 1회로 눈에 띄게 낮았다.

즉, 사회성이 좋은 돼지 집단은 싸움이 줄고 다른 개체와 동반 성장함으로써 전체 사육일수가 약 6일(90kg 도달일령1) 133일→127일) 단축됐다.

암퇘지의 경우에는 번식능력이 향상됐다. 사회성이 우수한 돼지들은 낮은 집단에 비해 첫 분만일령2)은 5일(352일→347일), 다시 발정이 오는 데 걸리는 발정재귀일3)은 0.5일(5.9일→5.4일) 줄었다.

< 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

이 사회성 모델은 기존 씨돼지 개량 방식에 바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다. 순수하게 개체의 성장(나의 성장)만을 평가하는 기존 선발 방식에 동료 성장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추가하는 것이다.

실제, 사회성(나의 성장+동료 성장) 선발(유전력4) 37%~55%)이 자신의 성장능력만 고려하는 기존 방법(유전력 34%~35%)보다 유전효과가 높았다.

또 현재까지 두 품종5) 기준으로 6번, 8번, 9번 염색체에 사회성과 관련 깊은 유전적 차이(SNP6))를 확인했다.

< 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

농촌진흥청은 유전적 차이를 이용해 사회성이 뛰어난 돼지를 선발하는 기술을 산업화할 계획이다.

이를 씨돼지 선발에 활용하면 농가 측면에서는 경영비 절감효과와 등급출현율 개선으로 연 1억 8천만 원(어미돼지 500마리)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으며,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와 브랜드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수익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박수봉 축산자원개발부장은 “이제 축산업에서 복지는 필수 요소로 이번 기술을 통해 복지와 농가 수익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라며, “동물복지 인증제도가 추진되는 가운데 시설과 농장 환경뿐만 아니라 종자까지 동물복지 씨돼지를 활용한다면, 앞으로 돼지고기의 동물복지 브랜드 효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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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돼지 생산성의 대표 지표, 90kg 도달일령이 빨라지면 출하시기(110kg)도 당길 수 있고 우리 회전율도 높아진다.
2) 돼지가 태어나서 처음 분만한 나이(일령)로 일반적으로 340일~380일의 범위를 가진다.
3) 이유한 후에 다시 발정이 오기까지의 기간(일)으로 일반적으로 4~7일의 범위를 가진다. 
4) 환경적 요인을 제외하고 어떤 형질이 다음 대에 유전되는 비율.
5) 랜드레이스, 요크셔
6)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통해 개인의 유전적 다양성이 발생한다.

[문의] 농촌진흥청 양돈과장 박준철, 양돈과 홍준기 041-58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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