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한국전통염색협회 상임고문 박령재의 칼럼 연재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가자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우리산하의 아름다움은 글과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 시기에는 화학적인 오염이 없었기에 자연환경은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비해서는 깨끗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현대인들의 온갖 질병은 자연과 멀어진 우리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거듭된 과학의 발전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세계화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거리상의 가까움은 오랜 세월 축적된 문화를 변모시키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민족의 문화성은 더욱 견고하게 되고 세계화의 구호는 늘 민족성에 한발 비껴서는 형국이 초래된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이상과 역사, 국민성을 상징하는 국기(國氣)가 있다. 국기는 국체가 바뀌거나 세월이 지나면 변경될 수 있지만 그 나라의 민족이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상징성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수 천 년의 세월을 살아도 마음속에 전하는 그 나라의 상징성과 민족성은 쉽게 변화되지 않는 것이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한 민족의 고유한 전통문화는 그 민족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상징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모든 자연물, 인간이 만든 도구, 그리고 행동의 규범이 녹아 있으며, 합리적, 과학적 접근으로만 이해되지 않는 깊은 의미가 심연에 내재된 것이다.

전통염색을 하는 사람들이면 늘 고민에 쌓이는 것 중 하나인 초록색을 푸르다고 표현하는 선조들의 이야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교통신호등도 빨간색등과 초록색등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파란색등 이라고 부른다.

색채분절에서 나아가 색채이미지의 대응관계에 있으면서도 문화에 따른 서로의 상징성이 다른 경우에는 서로에게 강요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은 외래 문화의 범람으로 인하여 민족 고유의 상징성과 문화의 보존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더욱 고유문화의 체계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전통염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전통문화를 이해하면서 과학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과정과 정리를 통하여 후손에게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토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의 역사성을 오늘에 재현하는 것은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색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 될 수도 있고 그 과학성과 사업성에 기인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을 품는 꿈일 수 있는 전통염색의 길은 화학적인 염색을 하는 것보다 더 쉽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천연염색이라는 것이 천연(천연)- 하늘이 만든 것. 자연(자연)-스스로 만든 것. 등으로 이름하는데 우리 민족의 상징성에서는 하늘이 곧 사람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했기에 두 가지의 이름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본식의 한자식 표기법에 의해 우리가 본질적으로 사용된 한자적 의미가 매우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천연염색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차별성을 기하기 위해 초목염색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인류의 역사 중 근대 200년은 공업화의 과정을 지나면서 대량화, 산업화로 인하여 과잉 생산되어지는 많은 물건들로 인하여 오염과 환경의 문제라는 새로운 화두에 직면하게 되고 또다시 과거의 재래적 방법이 더욱 현대에 집중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자연과 환경의 문제이다.

역사의 과정을 보면 오랫동안 변화지 않고 몇 천 년, 몇 만 년의 오랜 세월동안 변화지 않고 존재되어 오던 많은 분야에서 화학이 개발 발전되면서 세상의 구조가 대량생산과 산업화의 구조로 변모하였다.

이는 세상을 윤택하게 만들어 과학적 발전을 기한 지대한 공헌이 있지만 아울러 세상의 환경파괴와 인류의 질병과 아울러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화학이 과학과 결부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는 세상을 변모하게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 측면에서 다시금 과거로 회귀하는 운동이 일어났으며 그 한 분야가 바로 천연염색이다.

천연염색 또는 자연염색이라고 부르는 이 염색법이 과거로부터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은 바로 화학이 미완적인 부분에서 출발하게 된 원인에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과학은 늘 새로운 수정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거듭된 오류를 발견하여 새롭게 고쳐나가야 하는 것인데 화학은 인류의 발전에 대한 지대한 공이 있지만 아울러 많은 고민과 숙제를 던져주는 것이기에 과거로 회귀한 것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 천연염색은 예전의 방식, 화학이 만들어지기 전의 순수천연으로 염색하는 방식에서 출발하여 올바른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더욱 다양한 염료를 개발하고 현대에 맞게 사용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출발되었다.

 

전통염색을 하여야 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극단적 물신 숭배의 우상과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정신적 황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청렴과 겸양의 가치를 버리고 사치와 허세를 숭상하고, 인내와 화합의 미덕은 놓아두고 반목과 투쟁에 빠져들고, 충성과 신의보다는 이기와 명리를 앞세우는 세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혼탁한 정신적 위기 중에서도,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문화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일시적인 욕구와 기호를 충동하는 영리적 물질의 범람 속에 인간의 가치가 상품의 가격으로 매겨지니, 인간의 엄숙함을 논하기 보다는 오히려 일시적 충동과 괘락에 탐닉하게 되고, 개인의 이익과 안일에 급급하니, 인류역사와 민족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은 오륜이 있기 때문이듯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것은 문화를 향유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습관이며 문화는 취향이다. 좋은 습관과 좋은 취향은 사람을 고상하게 하고 사람을 여유 있게 하여 공동체를 뭉치게 하지만 나쁜 습관과 나쁜 버릇은 사람을 천박하게 하고 사람을 각박하게 만들어 서로를 해치고 개인도 망치고 만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자연염색의 길은 이러한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는 대상이며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가장 올바른 방법의 하나이다.

자연은 순수하다. 그리고 위대하다. 그 속에 수 천 년 뿌리를 내리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후대에 넘겨주고 남겨주고, 또 알려 주어야 할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염색을 하는 사람들 모두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과 좋은 생각들이 천에 실에 고스란히 묻어 아름다운 씨줄 날줄이 되어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남을 해치고 나를 이롭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바른 염색을 위해 우리의 전통방식과 잊혀 진 다양한 기법을 되살리며 우리 문화의 위대성을 알리기 위해 이 공부의 원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는 천연염색은 화학매염을 이용한 매염반응법에 의한 염색이다.

천연염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물질로 염색된 자연속에서 얻어진 좋은 염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화학매염은 매우 위험한 물질들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독극물로 염색을 하고 사람 몸에 좋다고 선전을 할 수 없다. 화학을 이용한 천연염색이 아니라 순수 자연에서 얻어진 조상들이 한 그대로의 염색이 바로 전통염색이다.

사람에게 해가되는 염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색만 쫓아 색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올바른 정신을 가진 염색을 하여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색을 추구하고자 한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존재인 것이다.

조상들의 염색 기법을 오늘날에 새롭게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 행위를 답습하여 더욱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

좋은 염색기법을 후손에게 넘겨 주어야 할 사명감이 있는 것이다.

전통을 올바르게 세우는 작업은 바로 민족의 자존심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쪽염색

쪽염색을 하는 많은 분들은 화학파우더를 이용하여 자연에서 얻은 쪽이라고 선전한다.

그리고 가성소다나 중탄산나트륨과 하이드로셜파이트를 이용하여 염색한다.

이 염색법은 화학염색법의 건염염색에도 나오는 화학염색법이다.

자연염색과는 구분되어야 할 염색이 버젓이 자연염색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이런 염색법은 우리 자손들에게,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통문화는 민족의 자존심이며 정신이기에 올바르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연염색 또는자연염색을 하고 있다.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연의 물질로 염색재료로 삼지만 매염재는 화학을 이용하여 염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학매염은 대부분 화공약품으로 일반인들이 취급하면 안 되는 위험한 물질들이다.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는 독극물이다. 먹게 되면 응급실로 가거나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것이며 하이드로셜파이트는 아황산가스를 배출하여 호흡곤란이나 위점막을 손상하며 아토피유발물질로 분류되어있다. 그런 것으로 염색하면서도 사람 몸에 좋은 천연염색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이다는 명제를 두고 올바른 색을 찾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누리는 것이 바로 전통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전통염색협회 상임고문 박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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