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초기의 고승 일륜대사는 대청호를 가리켜 “사방의 정기가 영명하다. (중략) 천 년 뒤 물로 인한 새 터전과 성소가 마련되리라”고 예언했다. 고승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천 년을 훌쩍 넘긴 현재, 국내 최장의 다목적 인공호수인 대청댐이 주변의 산간 계곡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그 옆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가 머무르는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대청호의 수려함에 취해 오랜 시간 걸었다면 근처 상수허브랜드를 찾아 향기 가득한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자. 천여 종의 허브들이 내뿜는 다채로운 향기와 색감들이 늦겨울 여행에 정취를 더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대청호는 금강의 한가운데를 막아 만든 거대한 호수로 중부 내륙의 너른 들에 물줄기를 대는 중요한 수원지이기도 하다. 대청댐은 대전과 충북 청주시 사이에 놓여있으며 14억9천만 톤에 이르는 저수용량을 갖춰 중부권에서는 충주호 다음으로 큰 호수다. 해발 200~300m의 야산과 이어지는 대청 호반은 두 개의 드라이브 코스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청주와 신탄진을 잇는 호수의 북쪽 자락이고, 다른 하나는 보은과 옥천으로 이어지는 남쪽 자락이다. 두 길 중 북쪽 자락인 청주시 문의면과 현도면 오가리 사이 경관이 가장 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전 동구와 대덕구에서부터 충북 청원과 옥천, 보은에 걸쳐 있는 약 220km의 도보길인 대청호 오백리길은 주변의 자연 부락과 소하천, 등산길, 임도, 옛길 등의 경관을 볼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는 코스다. 야산과 수목들이 빙 둘러져 있어 경치가 아름다우며 연인끼리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 푸른 호수를 감상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사색 코스, 등산을 위한 산행 코스, 농촌 체험과 문화답사를 할 수 있는 가족여행 코스,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 등 각 코스마다 다양한 주제가 펼쳐진다. 이러한 자연경관을 인정받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봄, 가을 걷기 좋은 길로 선정되었으며, 특히 2012년 유엔 해비타트(UN-HABITAT)가 수여하는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청호 오백리길 주변에 대청호 물문화관과 대청호 조각공원, 대청호 미술관, 대청호 자연생태관 등이 개관해 대청호 오백리길과 연계한 체험이나 관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청원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보은 속리산, 옥천 둔주봉, 정지용생가, 육영수생가지 등 많은 역사 문화 관광지가 있다. 

 겨울을 머금은 청남대

대청호 여행에서 빼 놀 수 없는 코스가 바로 청남대다. 청남대는 1,844,000㎡(55만8천여 평)의 면적에 약 124종에 116천여 주의 조경수와 수목들이 있으며 143종에 350천여 본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인 수달,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계절마다 철새들이 찾는 청정 보고이기도 하다. 청남대는 본래 대통령만을 위한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이었지만 7년 전 일반에게 공개한 이후 이제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가꿔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청남대로 들어서는 여행자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대청호를 따라 이어지는 진입로의 가로수들이다. 4㎞ 구간에 걸처 430여 그루의 튤립나무들이 펼쳐지는 이 풍경은 푸른 나뭇잎들이 무성한 봄, 여름과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에 봐도 아름답지만 눈 덮인 겨울날의 풍경도 영롱하고 고요해 앞선 계절에 뒤지지 않는다. 청남대의 명소 중 하나인 오각정은 대통령이 머물었던 본관에서 350m 정도 떨어져있으며 해발 104m에 지은 무궁화 모양의 오각형 정자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야생화와 조릿대 나무 숲을 지나 오각정에 오르는 길은 삼림욕과 함께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향기로운 휴식 공간, 상수허브랜드

대청호 주변을 둘러본 후 청원 IC 방향으로 20분 정도 차로 달리면 상수허브랜드를 만난다. 직접 육종에 성공한 상수로즈메리를 비롯해 천여 종의 허브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5만 평 규모로 연 평균 1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단위 허브 테마 파크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관람할 수 있으며 허브 조경이나, 허브를 이용한 요리 등을 포함한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실내 정원이 곳곳에 있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허브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뿐만 아니라 허브랜드 내에 레스토랑이 있어 각종 허브와 어린잎 채소를 곁들인 꽃밥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음식박람회와 유명 음식 잡지에 소개됐을 정도로 맛이 훌륭한데 상쾌한 허브향과 양념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혀끝에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린매거진 2016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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