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체 농지면적은 약 169억만㎡(2014년 기준). 이 가운데 3%인 5억2,000만㎡가 시설원예 즉 ‘하우스 재배’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한국의 시설원예 면적은 현재 1인당 인구수 대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라 시설원예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사계절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하우스 재배. 오늘 찾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는 특히 재해에 강한 ‘한국형 온실’ 개발로 농가와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 농업의 미래가치를 지킨다

시설원예 분야의 국가 전문연구기관인 ‘시설원예연구소’(소장 조일환)는 2014년 9월 부산광역시 강서구에서 시설원예의 주산지라 할 수 있는 경상남도 함안읍으로 이전했다.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시설원예 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연구시설은 곳곳의 놀라운 볼거리들로 한국 농업의 밝은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건물 로비에 웅장하게 서 있는 30여 미터 높이의 수직형 식물공장, 유리창 밖 넓은 대지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온실들은 거의 매일 전국 각지에서 견학을 위해 이곳을 찾는 농업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시설원예연구소는 1953년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초대원장으로 재직했던 중앙원예기술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 지난 60여 년 간 한국의 시설원예 연구를 선도하며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일궈온 이곳에서는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이상기상현상과 자연재해로부터 원예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또한 온실의 난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저감기술과 자연에너지 및 대체연료 이용 기술, 수출용 고품질 농산물 생산기술과 최적의 환경조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래 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친환경 수경재배와 식물공장 연구 등도 주요한 미션이다. 이 가운데 최근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각종 재해재난으로부터 농민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재해대응 연구.’ 잦아진 폭설과 태풍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양상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해와 작물특성까지 고려한한국형 내재해형 온실

우리나라 농업의 재해재난 대비 연구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성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상기후와 전 세계 작황부진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또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쌀시장이 개방된 1995년. 시설원예연구소는 이해 처음으로 설계구조와 자재 등을 표준화한 연동비닐하우스(1-2W형)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시설재해대응연구실 유인호 박사는 지난 2007년 국내 최초의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규격을 개발한 데 이어 더욱 안전한 재해대응과 함께 작물의 생육특성까지 고려한 한국형 온실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재해강도에 대비해 현재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시설의 설계와 구조는 초속 40m의 풍속과 55㎝의 적설량을 견딜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파프리카처럼 새로운 작물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물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설계와 구조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내재해형 비닐하우스의 경우 지역별로 오랜 시간 추적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기준이 마련된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현장 농가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실제로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시험동을 설치·운영하며 설계상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닐하우스용 자재가 수요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철강 등 관련 소재회사들이 연구개발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직접 뛰어다니며 적합한 특성의 자재와 부품을 찾아내는 것도 시설원예연구소 연구원들의 일이다.

 

유 박사는 “시설원예연구소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비닐하우스를 만들면 장담컨대 농민과 작물 모두 재해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공 과정에서 종종 비용을 아끼려고 규격 이하의 자재들을 썼다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 “우리 연구원들도 늘 농민의 마음으로 시설비는 물론 난방비까지 걱정하며 최고의 안전성과 최적의 비용을 동시에 담보하는 비닐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2007년 단동형으로 출발한 한국형 내재해 온실의 표준 규격은 계속 늘어나 현재 연동형 5종, 단동형은 19종, 광폭형 8종, 과수용 3종 등 35종에 이른다. 또한 파프리카, 토마토, 수박과 참외 등 수요가 늘거나 재배양식이 바뀌고 있는 작물에 적합한 비닐하우스 설계가 진행 또는 계획되고 있다.

<그린매거진 2016년 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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