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자란 내 마음 /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후략)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시 『향수』는 정지용 시인이 일본으로 유학 가기 전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에 다녀가며 쓴 시다. 시 속의 푸근한 정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정지용 생가부터 전국에서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소담악, 한반도 지형을 품고 있는 둔주봉까지. 옥천의 가을 풍경을 만나보았다.

 

호수 위의 병풍, 부소담악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 물위에 떠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2008년 국토해양부의 ‘한국을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하천 100곳’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다워 전국에서 이곳을 눈에 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가을철에는 붉고 노란 단풍과 검은 바위, 하늘을 담은 푸른 대청호수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대청호가 바위와 단풍을 거울처럼 비춰 대칭을 이루는 모습이 많은 사진가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곤 한다. 물 위로 700m 솟아 있는 기암절벽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부소담악의 비경을 마주치게 되는데, 절벽의 능선을 따라 부소산을 오를 수도 있다. 좁은 길을 벗어나면 강물이 바로 보이는 아득한 낭떠러지와 바로 맞닥뜨린다. 갈대 길을 따라 부소산 능선부에 세운 전망대 ‘추소정’에 오르면 마을 뒷산과 그 아래의 부소무니 마을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가을의 시골 마을은 호박과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264-6 /입장료 무료, 주차시설 없음

 

시인의 삶의 궤적을 담다, 정지용 생가 & 정지용 문학관

정지용 시인의 생가는 구읍 한복판의 실개천이 끝나는 큰길 오른편에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향수> 전문이 새겨진 시비와 초가집 한 채, 헛간 한 채가 복원돼 있다. 사립문, 마당 언저리의 우물, 장독대. 아궁이가 있는 부엌 등 잊혀져 가는 옛 고향집의 풍경이 고향의 정겨움을 담고 있다. 또한 시를 음미할 수 있도록 눈이 가는 곳마다 시인의 시를 걸어놓았다. 생가의 툇마루는 관광객들의 단골 기념촬영 장소다. 가을에 가면 생가 옆에 심은 감나무가 고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운치를 더한다. 생가 옆에 1996년 문을 연 정지용 문학관은 정지용의 문학을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문학 전시실과 영상실, 문학교실 등으로 구성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 로비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정지용 밀랍인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정지용 생가, 정지용 문학관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56 / 043-730-3408 / jiyong.or.kr

 

한반도를 품다, 둔주봉

금강을 휘감고 옆에 누운 둔주봉은 거꾸로 뒤집힌 한반도 지형을 쏙 빼닮아 옥천의 숨은 명소로 알려져 왔다. 안남면 연주리 뒷산의 정상 올라가는 길에서 마주볼 수 있다. 숲 내음 짙은 등산로를 지나 275봉 정상부 정자에 오르면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한반도. 마주하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정자에 거울이 있어 거울 안에서 둔주봉을 바라보면 한반도를 줄여 놓은 듯한 모양이 나온다. 한반도 지형을 한눈에 보려면 안남면사무소에서부터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면사무소 앞 공터에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무료주차장을 조성해 놓았다. 주차 후 안남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이동하면 마을 어귀에서부터 둔주봉 탐방로가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에서 둔주봉 정상까지의 거리는 0.8㎞ 남짓 된다. 30분 이내에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 초가을 가벼운 산행길로 그만이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산봉우리에 올라 있다.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연주길 46 /문의 안남면사무소 043-730-4544

<그린매거진 2015년 0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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