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수입해 하우스 한 켠에 가식된 1년생 호두나무에 순이 나오면서 열매를 맺은 모습.

특별한 농사 기술이 없이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번은 검토해 보는 것이 호두나무이다. 특별한 재배 기술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일손이 적게 들어가면서 고소득 작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재 후 7년 이상 되어야 열매가 맺히고 10년 이후가 되어야 경제성을 지니는 문제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귀농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왜성종 8518 다보’라는 품종이 지난해부터 수입되고 있다. 첫해부터 열매가 맺히고 3년부터 경제적 수확이 가능하며 5년째 한 그루당 20㎏정도 수확이 가능하다는 말에 지금까지도 그 진실성 공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래서 귀농인들의 의구심을 풀고자 경기도 고양에 있는 격리재배지를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손기남(52, 월드무역 사장) 수입업체 사장을 만나 그 베일을 벗기려 하였다.

3월 21일 새벽 6시 대전에서 200㎞를 달려 경기도 고양시 내유동에 있는 격리재배지에서 금년 3월 주문을 받아 9월에 분양할 3만주의 묘목을 격리재배 할 화분작업을 하는 손기남 사장(이하 손사장)을 만났다.

김기자: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귀농인들이 워낙 수입업자들의 농간으로 피해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기적 같은 왜성종 호두나무에 대해 의문이 많아 찾아왔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원래부터 과일묘목 수입업을 하셨나요?
손사장: 아닙니다. 이전에는 호접란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고 과수는 왜성종 호두나무가 처음입니다.

김기자: 세부 업종을 바꾸신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손사장: 흐흐 말씀드리기 그렇지만....(뜸을 들이다) 제 고향 경북 풍기에 땅이 3천 평 정도 있는데 노년에 귀농하여 과수농장을 하고 싶어 여러 자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호두나무는 왜 열매가 많이 달리는 품종이 없는가?’라는 고민을 하는 꿈을 꾸었는데 꿈이 너무 선명해 혹시나 해서 여러 자료를 검색하였습니다. 터키의 왜성종 호두나무를 가져와 키워봤지만 지중해성 기후와의 차이 때문에 실패하여 좌절하고 있던 중 저희 사무실에 근무하는 중국인 여직원이 중국회사를 찾아 알게 되었습니다.

김기자: 예지몽을 꾸셨다는 것 같은데... 허허. 아무튼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언제 부터인지, 분양된 수는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 주세요.
손사장: 2013년에 시험재배용으로 수입해 1년생이 열매가 달리는 것을 확인하고 2014년부터 수입을 해 6천 주 정도 분양을 했습니다. 금년 3월 주문받아 9월에 분양할 것은 3만 주 정도 예약을 받았습니다.

김기자: 지난 가을에 식재한 나무들은 적응에 문제가 없었나요?
손사장: 아직까지 월동을 잘못하여 죽었다는 항의 전화는 받지 못했습니다. 안동의 ‘풀꽃농원’에서 100%로 활착했다는 전화는 받았습니다.

김기자: 아 그렇습니까. 좀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품종에서부터 차근차근 물어 보겠습니다. 왜성종 호두나무라고 하는데 정확한 명칭은 무엇이고, 왜성종이 좋은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손사장: 왜성종 호두나무의 왜(矮)자는 난장이 왜자로 키가 작은 종자를 말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호두나무는 15m~20m까지 자라지만 이 품종은 6m정도가 되기 때문에 왜성종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8518’호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명칭은 ‘8518 다보’입니다. 품종명은 아직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김기자: 왜성종이 좋은 이유는요?
손사장: 아! 수고(나무 높이)가 낮으면 심을 때 수간(나무 사이)이 좁아져 많이 심을 수 있습니다. 1천평 평지 기준으로 300주 정도를 심을 수 있어 기존의 호두나무들보다 배는 더 심을 수 있습니다. 또 수고가 낮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여 은퇴 귀농자들도 수확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토종과 비교시 인건비가 약 70%정도 줄어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기자: 키가 작기 때문에 유리한 면이 많네요. 그럼 심고서 경제적 소득을 가져다주는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손사장: 심은 첫해부터 열매가 맺히고 3년생부터는 경제적 소득을 가져올 수 있는 품종입니다.

김기자: 정말 1년만에 열매가 맺히는지요?

   
▲ 1년생 호두나무에 달려나오는 호두
손사장: 이 나무가 지난해 수입해 금년 5월 중에 나갈 것입니다. 여기 보세요. 3월인데 지금 꽃이 피면서 열매가 이렇게 열렸잖아요.

김기자: 아 그렇네요. 그런데 1년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죠.
손사장: 나무 크기와 여기 팻말에 격리재배 이식일자 있잖아요. 기자 양반 의심이 참 많으시네요. 흐흐...
수입원장도 보여드려요?

김기자: 아닙니다. 왜소한 1년생 나무에 이렇게 호두가 열린 것이 보고도 신기해 드린 말씀입니다.
손사장: 수입 초기에 진짜냐 가짜냐 참 말이 많았는데 요즘은 직접 농원을 방문해 확인을 하시는 분이 늘어나 그 논란은 일단락 된 것 같습니다.

김기자: 언제부터 본격적 수확이 가능한지요.
손사장: 1-2년생들은 활착을 위해 수확하지 않고요. 3년부터 수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5년 이후부터는 경제적 수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7년생을 확인해 보니 청피를 제거한 것을 기준으로 20㎏정도 생산되었습니다. 지금 호두 1㎏이 최소 만오천원 정도는 하니깐 30만원정도의 소득은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에는 더 많이 달리니 소득은 더 높아질 것이고요.

김기자: 많이 달린다는 호두나무(신령)의 경우 10년생이 8~10㎏정도 달리는데 대단하네요.
손사장: 일반적인 호두나무는 나무의 가장자리부분에서만 열매가 맺히나 이 8518은 내항결실 즉 나무의 품안에도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습니다. 그리고 조기 수확이 가능해 8월 초면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김기자: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 가치를 입증을 나무가 없네요.
손사장: 그렇지요. 제가 처음 수입해 경북 풍기에 심은 3년 된 것이 가장 오래되었지요. 하지만 3년간 중국현지에서 나온 데이터와 차이가 없으니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지요.

김기자: 이게 중국에서 개발한 신품종입니까?
손사장: 우리나라는 중국산 하면 값싸고 저질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는데 중국의 육종 기술은 세계적입니다. 초기에 이런 인식 때문에 품질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미국에서 개발한 것인데 중국에서 판권을 매입한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죠.

김기자: 이 호두나무가 우리나라 기후나 토양에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는지요.
손사장: 8518은 내한성이 강하고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그리고 포트묘라 활착률도 높습니다. 우리나라 기후나 토양보다 척박한 중국에서 이미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탄저 발생률도 타 품종에 비해 현저히 낮아 지금까지 성장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기자: 발병률이 낮은 것이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가요?
손사장: 그렇죠. 그냥 심어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지요. 특히 초기 2년간은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식재 후 물주기와 병충해 예방을 철저히 해 주어야 합니다. 5월~6월 그리고 장마 후에 살균과 살충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발병 후에는 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최고입니다.

김기자: 병충해에 강하다라도 예방은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손사장: 네 8518은 탄닌 성분이 많아 벌레가 없는데 풀쐐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풀쐐기가 잎을 다 갉아 먹을 수 있으니 꼭 잡아 주셔야 합니다.

김기자: 그 외 식재 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나요?
손사장: 호두농사는 가장 노동력이 적게 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풀은 꼭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넝쿨식물은 반드시 제거해 주여야 합니다. 산지에 식재한 경우는 이 넝쿨식물의 피해가 가장 우려됩니다.

김기자: 세상에 그저 얻는 것이 없네요. 호두농사도 다른 농사보다 수월하다는 것이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씀이네요. 지금 수입하는 ‘8518 다보’는 실생묘인지 접목묘인지요.
손사장: 실생은 할 수 있지만 결실이 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는 접목묘도 수입했지만 지금은 조직을 배양한 접목묘만 수입하고 있습니다. 접목부위의 세균감염 위험이 있어 접목묘는 수입하지 않습니다.

김기자: 수입나무는 식물방역법에 따라 격리재배를 한 후 분양할 수 있다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인가요?
손사장: 예. 저희들은 수입을 해서 6개월간 격리재배를 합니다. 지금하고 있는 작업이 격리재배를 하기 위해 포트에 옮겨 심는 것입니다. 3월에 수입한 물량을 이렇게 원뿌리를 한 뼘 정도 자르고 발근제에 담갔다가 포트에 옮겨 심어 9월에 분양할 예정입니다. 이 옆 하우스는 지난 12월에 수입하여 격리재배가 끝나는 5월에 분양할 것들입니다. 이것들 중에는 벌써 열매가 달릴 것도 있습니다.

   
▲ 수입에서 출하까지 - 3월에 수입한 묘목

   
▲ 수입에서 출하까지 - 발근제에 담그둔 모습

 

 

 

 

 

 

 

   
▲ 수입에서 출하까지 - 원뿌리를 한뼘정도 자르기 위해 길이를 재는 월드무역 이신애 대표

   
▲ 수입에서 출하까지 - 원뿌리를 자르는 손기남 사장

 

 

 

 

 

 

 

   
▲ 수입에서 출하까지 - 화분에 옮겨 심기

   
▲ 수입에서 출하까지 - 화분에 심어 격리재배

 

 

 

 

 

 

 

   
▲ 수입에서 출하까지 - 지난해 12월에 들어와 5월에 분양될 화분묘 격리재배 모습

   
▲ 수입에서 출하까지 - 격리재배 상황판

 

 

 

 

 

 

 

   
▲ 수입에서 출하까지 - 격리재배를 위한 작업장 모습

 

 

 

 

 

 

 

 

 

 

 

 

김기자: 정말 열매가 달린 것을 보니 놀랍기만 하네요. 그런데 주문을 할 때 300주 단위로 하다 보니 소규모 귀농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작은 단위로 판매할 수는 없나요?
손사장: 지금 총판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가격을 비싸게 받는 곳이 있어 문제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소규모 판매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기자: 한 주에 만오천원씩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되는데 좀 더 싸게 구입할 방법은 없는지요.
손사장: 네 그것은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 같습니다. 경남 함양과 합천, 전남 영광, 경북 안동에 계신 분들은 산림지원사업으로 식재를 해서 80%정도 지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함양에 계신 분은 100% 지원을 받았다고 하네요.

김기자: 설명을 들었지만 워낙 엄청난 것이어서 그래도 선뜻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저 같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주로 어떤 것을 문의해 오나요.
손사장: 초기에는 정말 1년 만에 달리는가를 궁금해 하시다가 지금은 재배법과 수확량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품종에 대한 의심은 직접 방문해 주시면 바로 해소해 드릴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격리재배 현장을 직접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하시면 중국까지도 보여드릴 수 있지요.

김기자: 요즘 호두나무가 연간 20만주 정도 식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손사장: 다수확 품종 보급과 귀농을 통한 호두농사 종사자의 증가로 생산물량이 늘어나 가격 폭락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견과류 소비 증가와 관련 식품 개발 증가로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폭으로 하락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가지를 자르면 그 아래로 2-3가닥의 새 줄기가 나오는 모습
김기자: 마지막으로 말하지 못한 ‘8518 다보’의 두 가지만 추가로 말씀해 주세요.
손사장: 흐흐 가지를 하나 자르면 그 밑으로 2-3개의 새로운 가지가 나오면서 그 곳에서도 열매가 달려 나올 정도로 결실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인중비(청피 제거한 호두의 무게에서 껍질 제거한 호두알의 무게의 비율)를 보면 70%정도로 다른 호두보다 높습니다. 먹을 것이 꽉 찬 호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김기자: 오늘은 년생 묘목에 열매가 달리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차후에 생육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사장: 언제든지요. 4월 이후에 풍기로 오시면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세 뿌리를 드릴테니 직접 심어서 확인해 보세요.


김기자: 오늘 취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사장: 네 궁금한 것 있으면 또 오세요. 하하하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데도 맑지 않음은 그 동안 오가피, 은행나무, 블루베리, 두충 등 수많은 유망 수종들의 쇠락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아직 국내에서는 3년생까지 확인할 수밖에 없고, 중국에서도 7년생까지 밖에 안되어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검증이 완료된 후에는 너무 늦을 것 같고 서두르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취재 중에도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담은 있지만 취재 후 나름 확신을 얻어 300주를 일단 심어보기로 했다. 이 ‘8518 다보’가 나와 같은 귀농인들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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