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를 다녀와서 -

   
 
지금 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라고 할 만큼 지역 축제가 난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베끼기가 성행해 지역의 특색을 찾아보기 어렵고, 온 시민이 함께한다는 본래의 취지도 퇴색되어 상업화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렇게 퇴보하는 지역 문화 축제에 3월 15일 열린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는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목통령 고로쇠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린 축제였다.

   
▲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농촌지역 축제는 대부분 그 특산물을 주제로 삼는 관계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그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로쇠도 백두대간의 700미터 이상의 고지대면 어디든지 생산되지만 봄기운을 따라 북상하면서 수액이 생산되기 때문에 축제일도 3월 초 지리산부터 3월말 강원지역까지 이어지게 된다.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는 이 지역 고로쇠 수액 생산량에 따라 3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개최하여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수액을 맛 볼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 무한리필 무한무료의 고로쇠 식수대는 고로쇠 물을 시음해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음 후 바로 옆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한 것은 그 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한 축제의 명칭에 대부분 행정명을 사용하는 것에 반하여 주변의 명산인 수도산과 경남 가야산으로 통하는 목통령 고개명을 사용하여 지역의 특색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물론 행정명이 빨리 알려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수도산 목통령이라는 한번 들으면 잊어지지 않는 고유한 명칭에 매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 길이 늘어나고 있다.

축제가 열린 증산면은 가야산(약 1,430m), 수도산(1,317m), 단지봉(1,335m), 목통령(1,010m), 형제봉(1,022m) 등 고산준령들이 즐비한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으로 고로쇠 수액 생산에 가장 좋은 기후조건과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인 면사무소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명산대천이 한 눈에 들어와 한국 최고의 청정지역 특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는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는 축제였다.

   
▲ 청암사 비구승들의 태극권 시범
지역 축제들이 지역민들의 문화 행사가 아니라 상업화되어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는 어느 축제보다도 지역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지역축제는 특산물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주민 화합의 기능도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축제가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였다. 증산면 주민들로 구성된 농악단의 풍물 길놀이, 시루메 공연단의 난타공연, 청암사 비구승들의 태극권 시범 등 지역민들이 축제의 중심에 있었다.

 

   
▲ 고로쇠물 빨리 마시기 대회 중 아빠를 열심히 응원하는 아이들의 환한 응원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 축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축제에 가보면 만물상 같은 장터를 방불케 하는데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 축제에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로쇠 물 빨리 마시기 대회, 고로쇠 물 들고 달리기, 고로쇠 물 이고 달리기, 고로쇠 물 깜짝 경매 등과 고로쇠 수액 시음, 고로쇠 식혜 시음, 촌두부·감자부각 시식 등 지역과 직접 연계된 소재를 이용해 모든 참가자들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였다. 또한, 잡다한 물건을 판매하기보다는 고로쇠 수액, 수도산 사과, 오미자 진액, 산머루, 꿀 등 지역특산물을 즉석 경매와 직거래 장터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하여 체험객과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타 축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축제의 중심어인 고로쇠 수액은 무제한 무료 시음과 2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이곳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선사하였다.

   
▲ 20% 할인을 하는 고로쇠 수액 판매 부스는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에 대한 보답을 하는 곳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 준비한 모든 물량이 조기에 매진되고 말았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지역특산물의 활로를 개척하는 수도산 목통골 고로쇠 축제를 취재하면서 지역 축제들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는 것 같았다. 수도산 목통골 고로쇠 축제 백승현(귀농인, 수도산산머루대표) 추진 위원장은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찾아오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또 준비하겠다’고 하였다.

   
▲ 솜사탕 하나에 득도한 비구승의 환한 웃음이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축제가 끝난지 불과 이틀, 아직 그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내년 3월 둘째 주인지 셋째 주인지 모를 진화된 수도산 목통골 고로쇠 축제가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농어업경제귀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