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곤 교장이 전하는 대전 원평초의 변화

대전시 중구에 있는 원평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점심 급식의 까칠까칠한 현미밥을 맛있다며 먹습니다. 물론 모두 친환경 재배된 것들입니다.

원평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학교에 마련된 함박 논과 텃밭을 직접 돌봅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임에도 친환경 농업과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합니다.

또 원평초등학교에는 요즘 한창 사회문제로 떠들썩한 학교 폭력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직접 농작물을 돌보며 유기농 농식품을 먹으며 인성이 순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대전 도심 한복판에 있는 원평초등학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 노봉곤 대전 원평초등학교 교장
우연한 농촌체험, 친환경의 중요성을 깨치다

24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3농혁신대학에서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원평초등학교의 친환경 바람은 이 학교 노봉곤 교장 선생님의 우연한 농촌 체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노봉곤 교장은 2009년 5월 어느 날 충남도와 농식품부 농촌정보화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에 학부모, 영양사 등과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장소는 유기농 오리농법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였습니다. 그곳에서 주형로 문당리 환경농업마을 회장의 특강을 듣게 된 그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기 전에는 친환경 쌀도 준다고 해서 호기심으로 갔는데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지요. 친환경 농업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봉곤 교장은 대전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있는 동안이라도 아이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하자”고 다짐했답니다.

대전에 온 그는 바로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친환경 급식에 관한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찬성 86.4%.

자신감을 얻은 노봉곤 교장은 학교운영위원 34명과 함께 다시 홍동면을 찾아가 유기농 쌀 생산 과정을 보여주며 “친환경 급식 가야겠습니다, 여기 쌀을 가져다 먹읍시다”라고 말했습니다.

학교운영위원들은 심의에서 급식비가 얼마나 인상돼도 좋으니 친환경 급식으로 가자며 만장일치 의견을 밝혔습니다.

“당시 급식비가 1,850원 이었는데, 3,000원으로 올라도 이의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는 거에요. 자녀가 양질의 급식을 제공받으니 너무 좋다고.”

어른도 먹기 어려운 현미밥이 맛있다는 아이들

쌀은 도정 과정에서 껍질을 깎아내는 정도를 분도로 구분합니다. 씨눈과 겨가 얼마만큼 떨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시중에서 대부분 유통되는 백미는 씨눈과 겨가 완전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7분 도는 씨눈이 70% 정도 남고 노란색을 띱니다. 5분 도는 씨눈이 90% 남는 정도로 흰빛이 아예 없는 현미 수준으로, 영양분은 많지만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쌀은 씨눈과 표면에 영양분이 집중되어 있어 먹기 좋을 수록 영양분은 적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기농 쌀을 처음 접한 원평초등학교의 친환경 급식 준비는 생각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문당리에서 온 쌀이 7분도였기 때문인데요.

“밥맛이 안나서 영양사가 어려워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밥을 짓다가 5번째 만에 맛있는 밥이 되더라고요.”

신이 난 교장 선생님은 방학 중인데도 학부모, 교직원과 함께 7분도 쌀로 만든 급식 시식회를 가졌습니다. 까칠까칠하지만 오래 씹을수록 맛있다며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최초의 7분도 쌀 급식이 원평초등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는 3개월 후 급식용 쌀은 슬그머니 5분도 쌀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6개월 만인 2010년 9월 원평초등학교 급식은 현미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이들은 현미밥이 맛있다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원평초등학교 안에 텃밭과 작은 논이 생겼고 아이들은 직접 모내기에 가을 타작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 가을운동회 대신 농촌체험을 하고 옛적 시골학교 처럼 학부모와 학생,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했습니다.

친환경 급식 활성화 이렇게 하면 좋겠다

노봉곤 교장 선생님의 경험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을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의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유통 시스템입니다. 유기농 농산물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데요. 급식을 위해 입찰을 해보면 어떤 때는 아예 응찰이 없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양이 많지 않고 대체 작물이 없다는 부담 때문인데요. 그래서 업체 선정 때 오히려 거꾸로 업자에게 사정하기도 한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식비도 부담됩니다. 현재 원평초등학교의 급식비용은 1식당 2,500원으로 대전에서 가장 비싼 편인데요. 처음 유기농 쌀을 쓸 때 쌀값이 일반미의 두 배가 됐고, 그래서 영양사와 상의해 육류를 줄이는 식단을 만들어 극복했다고 합니다. 육류는 오히려 집에서도 자주 먹기에 그 돈으로 채소 반찬을 늘였는데, 이에 대한 반응도 좋았습니다.

또 친환경 농산물은 조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경험을 토대로 노봉곤 교장 선생님이 생각하는 친환경 급식 활성화 방안은 이렇습니다.

우선 안정적인 물류를 위한 학교급식 지원센터 설립하고요. 시범학교 지정 등 체계적인 친환경 급식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기농 제품은 더 빨리 상하기 때문에 냉장고 보완 등 조리실 환경 개선도 필요합니다.

노봉곤 교장 선생님은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제공하니 아이들 건강을 챙길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급식과 함께 함박 논과 텃밭을 가꾸며 생명의 중요성을 알게 되니 아이들이 순해졌다고도 합니다.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급식이나 텃밭 가꾸기 등을 통해 학부모나 주민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자랑합니다.

도심 속의 원평초등학교는 지금 식판에 꾸려지는 작은 밥상을 통해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출처: 충남넷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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